"너는 어차피 치킨이잖아"
친구들과 술 마실 때, 나는 메뉴 선택 권한이 없다. 항상 치킨만 외쳤고, 또 그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치킨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치킨 사진만 따로 모아둔 앨범이 있을 정도로 치킨을 사랑한다.
최근, 프랜차이즈 치킨의 잇따른 가격 인상으로 논란이 많다. 프랜차이즈 치킨 불매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결국 사람들은 대체재로 역시나 치킨을 찾고 있다. 마트의 가성비 치킨을 찾고, 냉동치킨 판매량이 84% 올랐다고 한다. 치킨의 마성의 매력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삼겹살, 떡볶이, 곱창 등 세상에 맛있는 음식들이 많지만, 치킨을 더 사랑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를 듣고나면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1. 합리적 가격
"첫 판부터 장난질이냐?" 라고 욕할 사람들이 많을 거다. 이제 치킨이 3만 원이 되니 어쩌니 말이 많은 시기임에도, 치킨은 여전히 합리적 가격의 경제적인 음식임이 분명하다.
남녀 2명이 데이트 때 배부르게 먹는다고 가정해보자. 국민음식 양대 산맥인 치킨, 삼겹살 중 어느 메뉴가 더 저렴할까? 요새 삼겹살 1인분이 만오천 원이 넘으니까 2인분만 먹어도 3만 원이다. 거기에 공깃밥이랑 찌개 시키면 3만 원 중반은 나온다. 반면, 치킨은 2만 원이면 된다.
치킨은 1인 1닭해야지! 라고 하는 사람은 삼겹살도 2-3인분 먹는 대식가다. 1인 1닭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경험상 그렇게 먹는 사람이 흔하지 않다. 치킨을 사랑하는 나조차도 1인 1닭은 무리다. 물론 불가능은 아니다
그냥 치킨은 가성비가 좋다구욧! 이라고 우길 수는 없으니, 삼겹살과 치킨의 중량 별 가격을 비교해보자. 정확한 비교를 위해 유명 프랜차이즈 기준, 순살치킨 1마리와 삼겹살 2인분으로 조사해봤다.
| 브랜드 | 중량 | 가격 | 100g당 가격 |
| 하X돼지 | 360g | 32,000원 | 8,889원 |
| 비에이XX | 580g | 22,000원 | 3,793원 |
치킨이 삼겹살보다 58% 더 가성비가 좋다. 삼겹살은 숯불이나 다른 반찬들 비용이 추가되어 더 비쌀 수 밖에 없다는 것도 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치킨이 비싸다고 욕먹을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삼겹살 뿐만 아니라, 족발, 곱창 그 어느 것과 비교해도 가성비가 좋다. 그렇다고 치킨 가격 3만 원 시대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니까 비난은 삼가주세요. (꾸벅)
2.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현대사회에 풀리지 않는 난제 중 하나인, 어느 부위부터 먹을지는 오로지 치킨과 붕어빵만 가능하다. 치킨은 한 마리의 모든 부위를 온전히 즐길 수 있다.
나는 닭갈비쪽과 목을 선호하고, 뻑뻑한 부위로 시작해 부드러운 부위로 마무리하는 편이다. 좋은 사람과 함께 먹을 때 각자만의 스타일을 이야기하며 먹는 재미가 있다. 당연히 부위 별로 맛도 달라서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다.
3. 불호? 호호 불어 먹어야지
치킨 싫어하는 사람 본 적이 없다. 호불호가 갈릴 수 없는 음식이다. 절대 실패 없는 모임 메뉴 1순위는 치킨이다. 모임 식사 메뉴를 고르기 어렵다면 치킨집에 가면 되고, 2차 갈 곳이 마땅치 않다면 근처 호프집에 가서 치킨을 시키면 된다. 치킨 먹기 싫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어제나 오늘 치킨을 먹고 온 사람일 확률이 98%다.
4. 새하얀 도화지 같다
자, 지긋이 눈을 감고 치킨 메뉴를 떠올려보자. 간장, 고추장, 마요네즈, 바베큐 소스 등 그 바리에이션은 끝이 없다. 마라가 유행하면 마라치킨이 나오고, 바질, 크림치즈까지 신메뉴가 끊임없이 나온다. 치킨은 새하얀 도화지 같아서 어느 소스와 먹어도 잘 어울린다.
햄버거 빵이랑 먹어도 맛있고, 이제는 떡볶이와 함께 먹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그 한계가 어디일지 궁금하다.
일주일에 최소 3번은 치킨 먹는 사람으로서, 치킨을 사랑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들을 읊조려봤다. 다른 의견이 있다면, 댓글로 이야기 나눠봐도 좋을 것 같다. 그럼 이만, 뿅!